미술관에 방문할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는 아마도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확인하고(데이터 1MB 사용에 따라 11g의 이산화탄소 배출), 샤워와 양치를 한 후(물 1L 사용에 따라 0.332g의 온실가스 배출),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다음(1200W 헤어 드라이기 5분 간 사용 시 43g의 탄소 배출) 옷을 입고(하루 동안 입은 옷은 대략 76kg의 탄소를 배출), 자신의 차량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미술관으로 이동할 것이다(1km 이동할 때마다 승용차는 210g, 버스는 27g, 지하철은 1.5g의 탄소 배출). 그러고 나서 엄미술관에 방문하여 기후위기를 다룬 전시를 보고, 환경을 보호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저녁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중 하나를 먹을지도 모른다(소고기 1kg을 생산할 때 59.6kg, 돼지고기 1kg을 생산할 때 7.2kg, 닭고기 6.1kg의 이상화탄소 배출). 이렇게 한 사람이 하루에 남기는 탄소의 양은 3만 3천900g 정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온습도 조절 등을 위해 전력이 상시적으로 소비되며, 조명 점등, 가벽 제작 및 철거, 작품 운송, 전시 인쇄물 제작을 위한 용지와 잉크 사용, 그 외 업무 과정 등에서 적지 않은 탄소가 발생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더 바람직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 글도 짧고 함축적인 한 문장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아무래도 탄소를 덜 배출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면한 기후위기 시대에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관습적인 전시 형식 이외에 전시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만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것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엄미술관에서 이경호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은 만연한 개발과 성장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적 의미망에 개입하고 변형을 가하기 위해서이다. 현재의 생태적 위기 상황은 특정 개인, 지역, 국가의 탄소 저감 노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성 내 모든 존재들이 연대하여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배치 전반을 조정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질학적 행위자로서의 인간의 영향력을 줄이면서 다른 존재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 미술관은 관객들이 자신의 신체적 감각을 매개로 정동적 차원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엄미술관은 전시 연계 포럼을 개최함으로써 기후 변화의 현황과 최신 연구 성과들을 살피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그린 뉴딜, 탈성장 담론 등 서로 교차하는 관점들을 살피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이경호의 개인전은 예술가의 본질적 정체성이나 예술 작품의 조형성 그 자체를 부각하기보다는 전시와 관객 사이의 상호관계와 의미의 창발 과정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자 했다. 관객들이 엄미술관 2층으로 올라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거센 바람소리와 파란 천의 일렁거림이다. 푸른 천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상승하는 해수면에 대한 은유로서, 전시된 작품들의 감상을 방해한다. 관객들은 저마다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자신의 신체를 통해 그러한 상황 속에 개입하고 반응한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여러 위험들을 상기시키면서, 동시에 이 같은 문제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 과정에도 다소간의 불편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런데 기존에 편의성을 증대한다고 여겨졌던 요소들이 역설적으로 인간 삶을 억압하는 요소로서 작동하는 현 시점에서, 개개의 행위 주체들이 기꺼이 불편을 감내하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위는 오히려 해방적인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넘실대는 파도 너머에는 인공지능이 제작한 회화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작품 제작 과정은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사회 내 정보들의 지형을 반영한다. 보쉬의 회화 스타일을 반영한 이 지옥의 풍경은 흡사 전쟁 피난 행렬 같다. 전례 없는 홍수로 인해 처절하게, 그러나 기력을 소진한 채로 유령처럼 공간을 떠도는 인간 군상은 이미 발생중인 기후 난민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기후 위기가 심화되어 갈수록 인구의 배치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 이번 전시는 물질이 가진 역능과 이로 인한 세계 질서의 재배치 과정 또한 드러내 보인다. 이경호 작가의 <총, 균, 쇠 & 비, 비, 비>(2022)는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1997)를 통해 제기했던 논의를 기반으로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역사가 왜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인류의 역사가 농경사회에서 근대 문명으로 전환될 때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들이 지리적 영향관계 속에서 총, 균, 쇠 등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보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경호는 앞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비가 총, 균, 쇠와 같이 인류 역사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물질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인류 역사에서 근대적 전환을 가져온 또 다른 중요한 기점은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이다. 이경호 작가가
한편, 엄미술관 1층 초입에 전시된 이경호의 <어딘가에(Somewhere)>(2006~) 연작은 관객이 부유하는 비닐봉지의 시선으로 세계를 볼 수 있게 한다. 실제로 비닐봉지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한낱 얇고 가벼운 사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물질이다. 먼저, 비닐봉지를 삼킨 동물들의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먹이사슬이 교란될 수 있다. 또,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물리적으로 분해되며 그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형태로 여러 동물에 의해 섭취된다. <봉다리 북극곰>(2022)은 단순히 북극곰의 형상을 띤 비닐봉지의 모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봉다리를 비롯한 각종 플라스틱이 곰의 내장처럼 몸속에 자리 잡은 채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고통을 야기하고 있는 상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각종 플라스틱을 먹은 동물을 먹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세 플라스틱을 체내에 축적한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평균적으로 신용카드 한 장 분량 정도라고 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바다에 어류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는 2050년 경에는 인간을 비롯한 지구 속 생명체들이 섭취할 플라스틱의 양 또한 더 늘어날 것이다.
쉬이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현재의 문제 상황을 마주하며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초월적 존재가 나타나 인류를 구원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하고, 그렇다고 지독한 비관에 빠질 경우 일말의 대안을 고안하고 실천할 동력을 찾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엄미술관은 이경호의 개인전을 통해 지구라는 이 행성을 공유하고 있는 수많은 존재자들과 공생하기 위해서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착취적 권력관계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촉구하고자 한다. 어쩌면 거창한 포부에 그칠지 모르겠으나, 이번 전시의 목표는 여러 물질들의 역능을 인지하고 우리가 이들과 연결된 채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관계적 감각을 되찾는 것에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우리는 먼저 인간을 인식의 주체로서 설정하며 타자를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근대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재론적인 한계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미생물, 바이러스, 전기 등을 포함하는 각종 물질들, 비인간행위자들과 관계의 지형을 그리고 이들과의 윤리적 연대를 꿈꾸어 보자.
이경호 & 이창희 (UStudio), Deadline 1.5, 2021, 싱글채널 비디오
Imagine a person who is going to visit an art museum. Waking up in the morning, he would probably check his smartphone first (using 1MB of data emits 11g of carbon dioxide), take a shower and brush his teeth (using 1L of water emits 0.332g of greenhouse gases), dry his hair with a hair dryer (using a 1,200W hair dryer for 5 minutes emits 43g of carbon), get dressed (clothes worn for a day emits approximately 76kg of carbon), and travel to the museum by his car or public transportation (a car emits 210g of carbon, a bus 27g, and a subway 1.5g for every kilometer traveled). Afterwards, he would visit the Um Museum to see an exhibition about the climate crisis, feel more committed to protecting the environment, and eat either beef, pork, or chicken for dinner (producing 1 kg of beef, pork, or chicken emits 59.6kg, 7.2kg, or 6.1kg of carbon dioxide, respectively). The amount of carbon left behind by one person in a day is said to be around 33,900g.
To run an exhibition in an art museum, electricity is constantly used to control temperature and humidity, and a great amount of carbon is generated by turning on lights, building and removing temporary walls, transporting artworks, using paper and ink to print exhibition handouts, and doing other works. So maybe doing nothing is a better option to save energy in the current climate crisis. Ending this article with a short, concise one-sentence statement would probably be the least carbon-intensive way to go. What does it really mean to hold an exhibition in an art museum in this era of the climate crisis? Is there any other way that can effectively replace the function of an exhibition other than the customary exhibition format? I spent long hours thinking about this question while preparing for this exhibition Deadling 1.5.
Nevertheless, the Um Museum holds a solo exhibition of Kyung-ho Lee to step in and transform the social network of meaning without being mired in the prevalent logic of pursuing development and growth. Carbon reduction efforts by certain individuals, regions, or countries are not enough to resolve the environmental problem. The current ecological crisis requires all people on the planet to come together and seek alternatives in solidarity. That is, it requires structural changes in society as a whole, which can adjust the overall arrangement of what makes up the world. In other words, we need to find ways to coexist with other beings while reducing the influence of humans as geological actors. At this point, art museums can play a role in helping audiences make changes on an affective level through the medium of their physical senses. Meanwhile, the Um Museum has, by organizing the exhibition-related forum, sought to provide an opportunity to examine the current state of climate change and the latest research achievements, share concerns, and explore the intersecting perspectives such as the Green New Deal and degrowth discourse among other things in seeking ways to respond to climate change.
In this context, the solo exhibition of Kyung-ho Lee is intended to focus more on the interrelationship between the exhibition and the audience and the process of discovering a new meaning, rather than highlighting the artist’ essential identity or the formative nature of the artwork itself. The first thing the audience encounters when they go up to the second floor of the Um Museum is the sound of strong winds and the fluttering of blue cloth. The blue cloth is a metaphor for the rising sea level due to global warming, and it interferes with the audience’s appreciation of the works. Viewers are asked to intervene in and react to the situation through their own bodies, enduring some degree of discomfort. This is a reminder of the various dangers posed by climate change, but also of the fact that responses to address this problematic situation also involve some level of discomfort. However, individual actors’ conducts of willingly deciding to put up with discomfort and putting it into practice rather open up the potential for liberation, especially, at a time when many of the things that were once thought to increase convenience are paradoxically acting as oppressors of human life.
Beyond the roiling waves, paintings cre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are displayed. The process of creating the works by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is based on big data collected, so the works reflect the terrain of existing information in society. This infernal landscape, reflecting Bosch’s painting style, resembles a war evacuation procession. The ghostly figures of human beings wandering through the space, desperate and exhausted by an unprecedented flood, are reminiscent of the already existing climate refugees. This suggests that the arrangement of human populations may change in a very different way from now as the climate crisis intensifies.
On the other hand, the exhibition also reveals the potentia of substances and the resulting rearrangement process of the world order. Kyung-ho Lee’s Guns, Germs, Steel & Raining (2022) is based on the discussion of Guns, Germs & Steel (1997) by Jared Diamond. In this book, Jared Diamond answers the question of why history unfolded differently on different continents, arguing that the relationships of the ruler and the ruled were created by guns, germs and steel, along with geographical influences, when human history transitioned from an agrarian society to a modern civilization. Going further, Kyung-ho Lee predicts that climate change will make rain an important substance in the future that will bring changes to human history like guns, germs and steel.
Another important point that brought about a modern transition in human history is capitalism, which aims to pursue profit. Kyung-ho Lee’s series of works on money and capital, such as Moneyfall(1989), Monopoly(1989), Circulation(2010), Jackpot!(2014), Meaningless… Meaningless… Meaningless(2014) can be seen as a call for critical reflection on the capitalist system itself. A group of scholars argue that the “anthropocene”, a geological concept introduced to distinguish the dramatic changes in the global environment caused by humans, should be referred to as the “capitolocene”, because capitalism-driven acceleration of development has had a significant impact on the global environment. In fact, it is difficult to adequately respond to the climate crisis without considering the substructure of society.
Meanwhile, Kyung-ho Lee’s Somewhere(2006-) series allow the audience to see the world through the eyes of a floating plastic bag. In fact, plastic bags are not just a thin and light object made of plastic, but a material that can endanger human life. For one thing, plastic bags can disrupt the food chain by reducing the population of animals that swallow them. In addition, plastic does not break down chemically but physically, and in the process, microplastics are ingested by many animals. Kyung-ho Lee’s Bondari Polar Bear (2022) is not just a collection of plastic bags in the shape of a polar bear, but shows how various plastics, including plastic bags(Bondari), have settled into the body like a bear’s intestines, disturbing the endocrine system and causing suffering. As people eat animals that have ingested plastic, microplastics naturally accumulate in their bodies. According to the 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 in 2019, the amount of microplastics ingested by an average person in a week is about the size of a credit card. If the current trend continues, there will be more plastic for humans and other creatures on Earth to ingest by 2050, when a grim prospect is raised that there will be more plastic than fish in the oceans.
What kind of attitude should we take in the face of the current problematic situation where we cannot easily be optimistic about the future? It would be too naive to expect a transcendent being to appear and save humanity, but if we fall into a deep pessimism, it could also be difficult to find the driving force to devise and implement any kind of alternative. Therefore, through the solo exhibition of Kyung-ho Lee, the Um Museum seeks to encourage critical reflection on the exploitative power relations between humans and non-humans in order to live in symbiosis with the countless beings who share this planet called Earth. It may seem like a lofty ambition, but the goal of this exhibition is to recognize the potentia of various substances and to regain a relational sense that we are connected with them and mutually influencing each other. In order to achieve carbon neutrality, we should first humbly accept our epistemological and ontological limitations, moving away from the modern view of establishing humans as the subjects of perception and objectifying and exploiting others. And then, let us envision the terrain of our relationships with non-human actors and other substances including microorganisms, viruses and electricity, and an ethical solidarity with them.